2007년 11월 22일 목요일

가장 집에서 쫓겨나다.

8시에 일을 접고, 통근버스로 집에 도착했다.
딩동~ 딩동~
집안에서 번잡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냥 현관키를 누르고 들어갔다.
승현이가 훌쩍 훌쩍 울고 있다.
평소 승현이는 내가 퇴근만 하면, 아~ 빠아~ 하고 큰 소리로 달려나왔다.
"승현아 무슨일이야? 엄마랑 싸웠어?"
"아아빠아... 마주 나가려고 했는데... 아아빠아..."
"뭐라고?"
홍군이가 옆에서 부연설명을 해준다.
"아빠 마중나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집에 와버려서 마중을 못 나가서 그래..."
그러고 보니 승현이가 겉옷을 주섬 주섬 입고 있었다.

"승현아 미안해... 아빠 다시 회사 갈까?"
"엉... 아빠 회사 가"
헉... "그래 아빠 다시 회사 갈께 승현이 옷 입고 아빠 마중나와. 알았지?"
"엉... 아빠 뽀뽀~" (승현이는 아침에 출근할 때 뽀뽀를 해준다. 이 행동은 어서 출근을 하라는 무언의 인사이다)

현관문을 닫고, 층계 복도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들었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승현이가 얼굴을 빼꼼히 쳐다본다.
"아빠 회사 안 가?"
헉... "알았어... 아빠 회사 갈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와 버렸다.
승현이한테 퇴근하자 마자 집에서 쫓겨나 버렸다. ㅜ.ㅜ

이날은 올해들어 서울이 영하 날씨로 떨어진 날이었다.
어찌나 춥던지... 담배를 하나 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승현이가 마중 나오길 기다린다.

10분이 지나고 승현이가 엄마랑, 승우랑 손을 잡고 아파트 입구를 나오는게 보인다.
휴~ 다행이다... 그래도 10분만에 나왔다.
"아빠~ 우리 어디가알까? 심심한테 이마트나 갈까?"
승현이한테는 이마트가 마치 마트를 대표하는 일반명사와 같다.

"음... 아빠 회사에서 막 퇴근했으니깐... 집에서 옷 갈아 입고 갈까?"
(승현이 눈치가 삐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래 그럼 늦었으니깐... 동네 슈퍼에서 우유사러 가자"

그러고 나서 우유를 사고 동네 입구에 새로 들어선 이자까야에서 오뎅 한그룻에 정종을 한잔 마시고 들어왔다. 승현이는 오뎅이 먹고 싶다고 하더니만... 옆에서 몇개 집어 먹더니 잠이 들기 직전이다.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엄마 등이 불편하다며, 아빠한테 업히겠다고 한다.
새근 새근 잠이든 녀석 ... 집까지 걸어오는 길이 참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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